[허브 동문 기사] “작은 아이디어도 나누면 커집니다.” 옷걸이로 독서대 만들어 세계인의 주목받다

저는 지금 영국 런던에 있습니다. 영국 왕립예술학교라고 불리는 ‘Royal College of Art’에서 서비스디자인 석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도,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루지도 못하지만 디자인 학교에서 새로운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Passion Designer’라고 스스로 이름 붙였던 2006년에는 제가 디자인 학교에서 공부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미술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공부를 아주 잘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 제가 디자이너의 길은 걷게 된 데에는 옷걸이로 독서대를 만든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옷걸이로 독서대를 만들 수 있을까요?

누군가 “옷걸이로 독서대를 만들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면 이제 “어! 인터넷에서 봤는데!”라며 신기하게도 알은 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면 저는 즉석에서 펜치로 옷걸이를 접어 30초 만에 독서대를 만들어 선물합니다.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옷걸이를 재활용해 독서대를 만들었을 뿐인데 받는 사람은 무척 기뻐합니다. 유튜브에 옷걸이 독서대 만드는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 수가 10만 건을 넘어 놀랐고, 세계 각지에서 ‘재밌다’ ‘고맙다’는 이메일을 수백 통 받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저는 익숙한 사물로 새로운 기능을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옷걸이 독서대는 2009년 가족과 함께 운영하던 피자가게에서 책을 읽다 ‘어떻게 하면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눈앞에 있던 옷걸이를 가지고 이리저리 궁리해 만들면서 탄생했습니다. 옷걸이로 독서대를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기해하면서도 유용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어주어 고맙다”는 인사도 들었습니다. 점차 제 아이디어의 가치를 확신하게 되면서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옷걸이 독서대 아이디어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갔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분께는 열심히 가르쳐드렸습니다. 초・중・고등학교, 도서관, 비영리단체, 기업 등을 찾아가 옷걸이 독서대를 함께 만들며 재활용과 아이디어의 중요성, 책 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옷걸이 독서대란 작은 아이디어 덕분에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Passion Designer 염지홍


2006년, 톰 피터스의 《내 이름은 브랜드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가족끼리 만든 피자 브랜드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름도 브랜드가 될 수 있고, 새로운 브랜딩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염지홍이라는 이름과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 꿈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보았습니다. 열정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열정을 디자인한다’는 의미를 담아 ‘Passion Designer’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로고와 명함을 만들어 자기소개를 하며 제 브랜드를 알렸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디자이너라 부르는 것이 조금 부끄럽기는 했지만 자격증이 있어야 디자이너로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2009년 서울시 청년창업센터에 들어가 같은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고민하던 보행자 교통사고 해결이 첫 번째 과제였습니다. 2006년 뺑소니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던 일, 피자 배달을 하면서 교통사고를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보행자는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어린이 교통사고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자동차 전조등에서 나오는 불빛을 반사하는 소재를 활용해 옷이나 가방에 붙이는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 야광카드인 옐로카드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 카드를 책가방에 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운전자 눈에 보행자가 잘 보여야 원치 않는 사고를 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널리 퍼뜨릴지 고민하다 여러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 가방에 옐로카드를 달아주고, 교통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올해 7월 초등학교 방학이 시작되기 전, 서울 마포구의 초등학생 약 1만 명의 책가방에 이 카드를 달아주었고, 열네 군데 학교에서 교통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전국 250만 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제가 만든 옐로카드를 달아주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 삶을 관통하는 큰 목표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삶을 하나의 큰 프로젝트로 생각할 때, 그 속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또 끝맺을 수 있겠구나, 생각합니다.

피자 사업, 옷걸이 독서대, 옐로카드 프로젝트 등은 제가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고, 한 걸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Passion Designer’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해가고 싶습니다.

제2의 뇌-아이디어 노트


이런 고민, 문제, 아이디어는 모두 한 권의 노트에서 숙성되었습니다. 3~4개월에 한 권씩 채워 벌써 서른두 권째인 노트에는 잠깐 떠오른 아이디어부터 계속 고민하는 것들,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을 적어놓습니다. 제2의 뇌 역할을 하는 이 노트에 일단 적어놓으면 언젠가 답은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는 과정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읽어보면서 생각하고, 다른 책을 읽으며 연결고리를 찾습니다. 낯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가 담겨 있는 공간입니다. 2006년부터 써온 이 노트들은 전부 스캔해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합니다.

온・오프 라인을 넘나들며 많은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영국에서 펼쳐질 2년간의 도전, 그 이후에도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그 끝이 어디일지 아직은 모릅니다. 제 꿈은 끝이 없습니다.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세상 사람과 나누고, 때로는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염지홍
한국외대 이란어과 졸업 후 피자 사업을 하다 우연히 철제 옷걸이를 재활용해 독서대를 만들었다. 독서대 만드는 방법이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면서 1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 ‘옷걸이 독서대 발명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 후 지속적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 야광카드 등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었다.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9월 영국 왕립예술학교 서비스디자인 석사과정에 입학, 공부 중이다.